밀 재배면적 급증 “이러다 과잉될라” … 소비대책 마련돼야
  •  원재정 기자
  •  승인 2022.11.1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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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보급종밀 2,155톤 공급, 지난해보다 62% 늘어

정부, 생산량 확대에 치중 … 공공비축 2만톤에 그쳐

현장 “평년 수준 작황이면 내년 7만톤까지 생산될 것”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밀 자급률 제고에 힘쓰는 정부 정책에 따라 올해 밀 재배면적이 급증한 가운데 현장에선 내년 봄 수확기 대란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전남 장흥군 회진면 진목리 밀밭. 한승호 기자
밀 자급률 제고에 힘쓰는 정부 정책에 따라 올해 밀 재배면적이 급증한 가운데 현장에선 내년 봄 수확기 대란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전남 장흥군 회진면 진목리 밀밭. 한승호 기자

 

올해 밀 재배면적이 급증해 현장에선 내년 봄 수확기 대란을 우려하고 있다. 적절한 소비대책이 없으면 수년 전 과잉 파동이 재연될 수 있어서다.

밀 파종 열기가 뜨겁다. 정부가 올해 74개소의 밀 전문생산단지를 선정해 집중 지원하면서 자급률 제고에 힘을 쏟는 가운데 내년부터 밀 재배 시 받는 직불금도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에 보리보다 밀을 심는 농가가 많아졌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밀 보급종 공급량은 2,155톤으로 지난해 1,331톤보다 62% 늘었다. 통상 국내 밀 재배면적의 85%가 보급종을 심고 나머지 15%는 자가채종한 것을 심는 것을 가정하면 상당한 면적이 증가한 셈이다.

예년보다 밀을 많이 심고 있다는 것을 농식품부도 파악하고 있다. 김보람 식량산업과장은 “밀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것 같다”면서 “정부가 선정한 밀 생산단지 외에도 얼마나 더 심느냐가 관건인데, 1만ha 재배해 4만톤 가량 생산된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현재 생산량에 대해 예측해서 밝히기는 어렵다. 밀은 쌀보다 생산단수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보람 과장은 “내년에 생산하는 밀 중에 2만톤은 정부비축용으로 매입한다. 나머지 물량은 수요확대 방안을 찾고 있다. 소비처 공급 여력 등을 감안해 보면 4만톤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올해 1만7,000톤의 밀을 비축해 보관 중이고 지난해 재고량 1만톤까지 합하면 2만7,000톤 정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정부가 추산하는 물량보다 더 많은 7만톤까지 밀이 생산될 거라고 예상했다.

김태완 한국우리밀농협 상무는 “올해 수확했던 것보다 상당량이 더 생산될 것으로 보는데, 6만5,000톤에서 7만톤까지 늘어날 수 있다. 정부비축 2만톤과 소비처를 늘려 모두 4만톤에서 4만5,000톤을 소화한다고 쳐도 2만~2만5,000톤은 ‘과잉’ 물량이 되는 것이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비축한 밀을 시장에 유통시켜야 하니 ‘내년에 난리가 나게 돼 있다’는 것이다. 보통 3년 전에 생산한 재고밀을 유통시키기 때문에 3만9,000원(40kg 기준)의 현재 수매가에서 크게 낮아진 1만5,000~1만7,000원에 풀리다 보니 기존 국산 밀 시장을 교란시킬 가능성도 높다.

농식품부의 제1차 밀 산업 기본계획(2021~2025년)에 따르면 내년 밀 재배면적 목표는 2만ha, 생산량 목표는 8만톤, 자급률은 3.3 % 달성이다.

내년도 기본계획인 8만톤 생산량보다도 적은 7만톤 생산량을 예측하면서 현장이 불안감에 휩싸이는 이유는 단 하나다. 생산계획에 걸맞는 소비대책이 없다는 것. 

김태완 상무는 “정부 비축밀은 수입 밀 대체 방안으로 해법을 찾아야 맞다. 예를 들면 막걸리를 만드는 누룩 제조사에 수입 밀 대신 국산 밀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거나, 공공급식에 국산 밀을 소비하는 방안을 권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생산량을 늘리는 계획에 발맞춰 소비처를 확보하는 구체적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그런 종합적이 대안이 없다 보니 밀 재배가 늘어나는 것을 또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답답해 했다.

송동흠 우리밀세상을여는사람들 운영위원장은 밀 생산단지 74개소 뿐 아니라 생산단지가 아닌 곳에도 일일이 전화를 걸어 조사를 해 본 결과 최소 5만4,500톤이 생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송 운영위원장은 “현재 전국은 밀 파종 열기가 넘쳐나고 있다. 엄청나다. 생산되는 밀을 정부가 전량 수매해야 과잉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사실상 밀을 자체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농가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면서 정부의 실효성 있는 소비대책을 촉구했다. 또 “이번 기회가 밀 자급률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정부가 특단의 대책으로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