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고 있는 밀가루, 내가 먹고 있는 밀가루

얼마 전 밀가루, 옥수수, 치즈 등의 가격이 오른다는 뉴스를 들었다. 그리고 며칠 후 주변의 중국집, 피자가게 등 밀가루, 치즈를 사용하는 품목들의 가격이 몇 백원에서 몇 천원까지 인상이 되었다. 아마도 계속해서 육류나 가공식품들의 가격이 오르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이렇게 큰 영향을 받는 이유는 이 품목들이 우리의 식생활에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그만큼 크기 때문일 것이다.


- 밀(분식)중심의 식생활

결혼한 지 3개월 된 어느 신혼부부가 집에 쌀이 없었는데도 전혀 불편한줄 몰랐다고 한다. 이는 요즘 사람들이 밥 보다는 빵이나 면류에 얼마나 많이 의존해 살아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밥 먹는 것을 소홀히 하는 문화는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들을 만들어낸다. 무엇보다 밥에는 빵이나 콘플레이크, 라면 등에 들어가는 여러 가지 식품첨가물이 들어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쌀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는 가장 안전한 곡식으로 평가되고 있다. 서양인들도 브라운라이스라고 하며 현미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는 오히려 전통적인 밥 문화를 멀리하고 밀가루 중심의 식생활로 가고 있다.

이러한 식생활 변화는 전쟁 후 미국으로부터 식량원조라는 이름으로 밀가루가 대량으로 들어오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60년대 식량 자급율의 부족함을 내세워 분식장려 운동을 시작한 이래 많은 밀가루 음식들이 우리의 식탁에 자리를 잡았다. 이제는 급기야 아이들의 간식을 밀가루 음식이 아니고서는 해결 할 수 없는 시점에 이르렀다. 문제는 밀가루의 99%가 수입밀이라는 점이다.


- 밀의 수입과정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밀은 호주나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생산되어, 배를 타고 40일에서 6개월여를 지나 우리나라에 들어온다.

미국의 밀이 수입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뉴올리언즈항’으로 집하되어 배를 이용해서 파나마운하를 통과하여 태평양(적도)을 지나 국내 항구로 들어온다. 통상 15~40일 정도의 항해 기간이 필요하고 다시 우리 식탁에 오르기 까지는 1~2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적도를 통과할 때 배 갑판의 온도가 60도 까지 올라가며, 비바람도 몰아치는 항해를 거쳐야 한다. 보통의 밀이 이런 과정을 거친다면, 외관에서부터 변화가 생겨 품질이 떨어지며 당연히 곡물시장에서의 가격도 떨어질 것이다. 그래서 시장성을 높이기 위해 수출농산물에 대해 <포스트 하비스트>, 즉 ‘수확후 처리’를 하고 있다. <포스트 하비스트>는 미국 무역법상에 허용된 것으로 살균제, 살충제 처리를 비롯한 다양한 농약을 살포하는 것을 포함한다.

생산과정 중에 사용되는 과다한 양의 농약살포도 문제이지만 더욱이 <포스트 하비스트>를 통한 농약은 농작물에 그대로 남아있어 위험성이 몇 배나 증가한다고 볼 수 있다. 1993년 우리나라에 들어온 미국, 호주산 밀가루에서 허용기준치의 132배에 달하는 농약이 검출되었는데, 이처럼 처리되는 약품의 허용치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 보다는 수출국 사정을 고려해 정한다고 한다.


- 밀의 영양이 모두 없어진 밀가루

밀가루는 통밀을 수입해서 분쇄 후 입자를 감별하여 강력, 중력, 박력으로 나뉘는데 이 과정에서 표피가 전부 벗겨진다고 할 수 있다. 이 밀가루는 통밀에 비해 인과 아연은 30%, 칼슘은 50%가 감소된다. 또 제분 직후에는 밀에 함유된 카로티노이드계 색소와 단백분해효소 함유로 인해 좋은 빵을 만드는데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밀가루를 표백한다. 이 소맥분표백제는 빵을 만드는 데 저해물질을 파괴할 뿐 아니라 살균을 목적으로 사용된다. 이렇게 보면 수입밀가루로 만든 가공식품 또한 오염에 노출되어 있다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 중 갈수록 대장암과 직장암 환자가 증가 하고 있는데, 그 원인을 수입밀가루의 소비가 늘면서 가공식품속의 방부제가 점차 장에 영향을 끼쳐 인체의 면역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라 한다.


- 우리밀의 우수성

우리 밀은 가을에 파종해서 봄에 수확하므로 해충이나 잡초 피해가 덜해 살균제나 살충제를 칠 필요가 없지만 수입 밀은 봄에 파종하고 가을에 수확하기 때문에 더운 여름에 심한 병충해 피해를 입으므로 과다한 농약을 친다.

그리고 종자나 재배되는 토양과 기후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밀이 영양학적으로 우리에게 더 잘 맞고 안전하다. 우리밀은 수입밀에 비해 복합 다당류 단백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노화방지에 도움이 되고 인체 면역 기능이 두 배나 높다. 또 수입밀에 없는 2개의 단백질이 추가로 발견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우수한데도 불구하고 우리밀의 수요는 0.02%에 불과하다. 생협은 순천시와 함께 매년“우리밀 축제”,“자연드림베이커리(우리밀 빵집)”등을 통해 <우리밀 살리기 운동>을 하고 있다.

우리 밀 생산자들의 지속적인 노력만으로는 신토불이 우리 밀을 계속 지켜 나가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생산과 소비의 바른 확대가 진정한 우리 것을 지키는 길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밀을 무조건 많이 먹어야 한다는 건 아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밀가루 식품은 별미로서 먹게 되는 부식일 뿐 주식으로 삼지는 말아야 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