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정 기자

  • 승인 2018.08.05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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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밀농협, 청와대·국회서 대책마련 호소
    재고 누적·수매대금 부담 눈덩이
    공공비축 밀 예산 수립 촉구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2022년 우리밀 자급률 목표를 9.9%로 제시했지만 우리밀농업계 누구도 이 목표가 달성되리라 믿는 이가 없다. 우리밀 소비가 획기적으로 늘어날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아서다. 출구 없는 정책은 급기야 올해 밀 자급률을 1% 이하로 떨구고 말았다. 이에 우리밀농협이 특단의 대책을 호소하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우리밀 국수라도 먹으며 소비촉진에 나서달라는 요청까지 할 만큼 상황은 절박하다.


    20대 국회 후반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첫 회의가 열리던 지난달 24일, 국회 본청에 한국우리밀농협 천익출 조합장과 김태완 상무 등 우리밀 관계자들이 황주홍 농해수위원장실을 찾았다. 황주홍 위원장은 농해수위 전체회의를 주재했기에 위원장실 농업담당 보좌관을 만났다. 우리밀농협은 ‘우리밀 현황과 건의사항’이 적힌 자료와 ‘국산밀산업 육성법(안) 중점 검토사항’ 자료를 준비해 왔다.

    김태완 상무는 이날 우리밀농협 재고현황에 대해 “2016년산 710톤, 2017년산 6,100톤이 쌓여있다. 올해 수확한 우리밀 수매 예상량은 작년의 절반 수준인 4,500톤이다”면서 “우리밀 원곡이 올해 것까지 1만1,310톤이다. 이 중 4,300톤 정도가 판매 예상되는 물량이고 7,010톤이 남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가장 시급한 것이 우리밀 소비대책이다. 김 상무는 “이제 생산에서 소비위주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행정기관에서 우리밀 소비에 대한 관심과 선택이 필요하다. 최소한 구내식당에 우리밀 음식이나 통밀쌀 먹기부터 시작하고 농협 하나로마트에도 수입밀 일색의 제품을 바꿔 우리밀농협 제품을 입점시켜달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주정원료로 연간 1만5,000톤 가량만 우리밀을 고정적으로 사용해도 자급기반을 안정적으로 마련할 수 있다. 그리고 지난 2013년 양곡관리법 시행령이 개정돼 쌀 이외에 밀과 콩도 공공비축을 할 수 있게 됐지만 예산이 전혀 확보되지 못해 시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예산당국과 공공비축 예산은 아니지만 수매비축 예산을 심의 중이다. 이 자금이 확정되는 것이 우선 시급한 문제다”고 덧붙였다.


    누적된 재고량과 장기보관 등 우리밀농협의 자금압박 문제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오죽하면 2017년과 2018년 농가들과 우리밀 계약재배량을 축소했다.


    천익출 조합장은 “농가들에게 수매대금을 줘야하는데, 어렵다. 우리밀을 담보로 저리 융자를 지원받고자 해도 안된다”면서 “정부가 밀 자급률을 2022년까지 9.9% 목표치로 밝혔는데 현 상황에서는 괴리감이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우리밀농협 관계자들은 이어 농식품부장관 내정자인 이개호 의원실도 방문했다. 이개호 장관 내정자는 지난 2017년국산밀 산업육성법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국산밀 육성법에는 우리밀의 공공비축제 도입과 학교급식·군급식을 우리밀로 우선구매 할 것등이 담겼다.

    우리밀농협에서는 국산밀육성법이 하루빨리 제정돼야 더 이상의 우리밀 생산기반이 축소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전남 진도에서 우리밀 농사를 짓는 곽길성 진도군농민회장도 우리밀농협 관계자들과 동선을 같이 했다.

    곽 회장은 “나도 밀농사를 지으니 우리밀농협이 처한 답답한 상황에 공감하고 있다. 국회에 오기 전에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실에서 간담회를 했다. 올해 공공급식에 지역농산물을 적극 사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면서 우리밀도 다소 길이 열릴 것이라고 청와대는 말한다. 그래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우리밀로 식사라도 해 달라고 했다. 우리밀 홍보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라도 보여달라는 거다”고 말했다.


    한편 소비 부진과 재고 누적으로 농가들에게 ‘줄여 심으라’고 주문할 만큼 우리밀 기반이 퇴보하는 가운데 밀 수입량은 증가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달 31일 발간한 ‘FTA 체결국 농축산물 수출입동향 2분기’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6월 밀 누적수입량은 호주의 가뭄 지속과 주요 수출국 수입단가 상승 추세에도 불구하고 식습관 변화에 따른 밀 소비 증가 등으로 전년 동기 수입량 120만3,000톤 대비 5.6% 증가한 127만1,000톤”이다.


    2022년 밀 자급률 9.9% 달성을 위해서는 정부가 수입밀 소비 증가분을 우리밀로 전환하는 특단의 대책부터 세워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