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우리밀농협 천익출 조합장 “벼랑 끝 우리밀, 소비대책만이 살 길”

  • 승인 2018.08.20 09:03

 

 

▲ 우리밀농협 천익출 조합장(오른쪽 두 번째)과 조합원들이 우리밀 명절선물세트를 들어 보이고 있다.


작년 자급률 1.8%까지 올랐지만
올해는 0.8% 이하로 하락
학교급식 등에 공급할 수 있도록
‘국산밀육성법’ 제정 급선무


“우리 밀 산업은 이제 벼랑 끝까지 내몰렸습니다. 자급률은 0.1% 시대로 다시 회귀하고 있고, 농민들은 수매대금을 받지 못해 영농의지를 잃은 지 오랩니다.”

한국우리밀농협 천익출 조합장은 정부와 국민 모두 밀 산업 생산기반 붕괴에 대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함을 이처럼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중장기적으로 우리밀 자급률을 2020년까지 5.1%, 2022년에는 9.9%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생산량 늘리기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현재 우리밀농업계 누구도 이 목표가 달성되리라 믿는 이가 없다. 정부가 그동안 내놓은 우리밀 소비대책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정부발표를 신뢰해 생산량을 늘려왔던 생산 농가들만 재고를 그대로 떠안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일선 현장에선 현재의 상황을 방치하면 밀 재배농가들이 대거 보리로 작목을 전환, 또 다른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현장의 우려는 과한 해석이 아니다.

실제로 1990년 0.2%이던 밀 자급률은 대기업이 밀 산업에 뛰어든 2008년 0.5%에서, 지난해 1.8%로 올랐으나 경기침체 등으로 소비가 줄면서 급기야 올해는 자급률이 0.8% 이하로 떨어져 생산기반까지 무너질 지경에 처했다.


우리밀농협에 따르면 현재 2016년산 710톤, 2017년산 6100톤의 재고가 쌓여있으며, 수매값 16억원도 농가에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도 계약재배물량 4500톤을 합쳐 모두 1만여톤의 물량을 처리해야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농민조합원들도 수년간 밀농사를 지으며 올해처럼 판로가 없어 막막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토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밀 생산 현장을 떠난 농가들은 이제 우리 밀 산업 여건이 좋아진다고 해도 돌아오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이에 우리밀농협이 특단의 대책을 호소하며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상황은 여전히 절박하기만 하다.
▲ 우리밀 소비확대를 위해 내놓은 명절선물세트.

천 조합장은 “농가소득 올리겠다거나 밀 자급률 올리겠다고 말로만 외칠게 아니라 밀 수매와 소비가 원활해지도록 하는 정책이 시급하다”며 “학교급식과 농협 하나로마트 등에 수입 밀 대신 우리 밀을 공급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주정원료로 연간 1만5000톤 가량만 우리밀을 고정적으로 사용해도 자급기반을 안정적으로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천 조합장은 우리밀 1만톤 비축, 학교급식 납품 등의 내용을 담은 ‘국산밀육성법’을 의원입법에서 행정입법으로 돌려서 하루 빨리 제도적 뒷받침을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천익출 조합장은 마지막으로 “1인당 연간 소비량이 32.1kg에 달하는 밀은 쌀 다음으로 높은 소비량을 차지하는 제2의 주식”이라며 “20년 전 0.2%에 불과하던 밀 자급률을 높여온 농민들에게 더 이상 책임을 미룰게 아니라 이들이 일어설 수 있도록 사회가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김종은 기자 kimje@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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