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산업육성법, 본격 시행에 부쳐

[한국농어민신문]

‘밀산업 육성법’이 2월 28일부터 시행됐다. 시행령과 시행규칙도 이날부터 적용된다. 미국의 밀가루 원조 이후 우리밀의 명맥이 거의 끊어진 상황에서 민간의 우리밀 운동이  어렵게 현장을 지켜온 것을 상기하면, 이번 법 시행은 오랜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하지만 우리밀이 지속 가능하려면 갈 길이 멀다. 밀은 국민 1인당 소비량은 쌀 다음인 제2의 주식이지만, 자급률은 1% 이하이다. 2019년 밀 수입량은 240만톤인데, 우리밀 생산량은 1만5000톤에 불과하다. 시장 시스템은 수입 밀을 쓰는 제분, 식품 대기업 중심으로 작동되고, 사회는 이미 그것에 익숙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밀 자급률을 높이고 생산을 안정화하는 데는 민간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정부의 역할이 크다. 당장 효과적인 방안은 급식과 군납이다. 법을 만들 때 외국산과 형평성 등의 이유로 ‘국산밀육성법’이 ‘밀산업육성법’으로 이름이 바뀌는 현실에서 국산밀, 국산밀가루, 국산밀 가공품을 단체급식에 우선 구매를 요청할 수 있도록 ‘국산’을 적시한 건 그나마 다행이다. 군 장병이 먹는 밀가루, 튀김가루를 올해부터 수입산에서 전량 국산으로 전환한 것처럼,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12월 ‘밀산업 중장기 발전대책’을 통해 밀 자급률을 2022년 9.9%로 높이기로 했지만, 이런 속도라면 목표 달성은 요원하다. 기후변화, 질병, 전쟁 등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국제 정세를 볼 때 밀을 99% 이상 수입에 의존하는 것은 식량안보 차원에서 매우 위험한 일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밀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자급률 향상을 위한 책무를 담은 밀산업육성법을 잘 이행하고 활용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