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일깨운 식량안보…수입 의존 큰 콩·밀 등 자급률 높여야

[FTA 시대 식량 안보 해법은]①
문 대통령 “2030년까지 밀·콩 자급률 10%·45% 달성”
“RCEP·CPTPP 등 새 기회, 수출 증대방안 모색해야”
  • 등록 2021-06-21 오전 6:00:00

    수정 2021-06-21 오전 6:00:00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각국 식량 안보가 화두로 부상했다. FTA 체제에서 시장 개방이 가속화하면서 식량 자급이 위협을 받는 가운데 교역 차질로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국제 식량가격은 크게 오른 상태다. 밀이나 쌀, 콩 등 주요 곡물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언제든 불거질 수 있는 식량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세계 최대 규모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이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은 위기인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다. 교역 문턱을 낮춰 식량 위기를 예방하고 더 나아가 우리 농산물의 해외 수출을 확대할 수 있어서다. 이데일리는 식량안보 문제를 진단하는 기획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1일 청와대 대정원에서 열린 제25회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는 식량안보 문제를 다시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중국, 인도 등 세계의 식량창고 역할을 해온 국가들이 코로나를 이유로 국경문을 닫아 걸면서 식량문제가 재부각된 때문이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2월 국회 업무보고에서 식량 안보 기반 확충을 최우선 과제로 꼽기도 했다. 그는 “우량 농지를 확보하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주요 곡물은 국내 인프라를 확대할 것”이라며 “자율적인 재배면적 조절로 수급 안정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45.8%(사료용 제외)로 50년 전인 1969년(78.5%)보다 30%포인트 이상 급감했다.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 자급률은 1969년(73.6%)보다 크게 떨어진 21.0%에 그친다. 음식이나 사료에 사용하는 식량 중 80%는 해외에서 조달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불거진 이후 국제 식량 가격이 오르면서 식량 위기는 발등의 불이 됐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12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 5월 기준 곡물가격지수는 133.1로 전년동월대비 36.6% 급등했다.

정부는 식량 위기에 대응해 주요 작물의 국내 자급 기반을 확충하는 한편 FTA 국내 보완 대책으로 농업 경쟁력 강화와 종자산업 육성 등 신성장동력 창출을 지원하고 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곡물 자급 기반 확충해 식량 안보 강화

정부는 식량 안보 차원에서 국내 소비 비중이 크지만 자급률이 낮은 밀·콩 중심으로 국내 자급기반을 확충하고 비축 물량 및 해외 물량의 국내 공급 확대를 추진중이다. 문 대통령은 농업인의 날 행사에서 밀·콩을 두고 “2030년까지 밀 자급률을 10%로, 콩 자급률을 45%까지 높일 것”이라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밀·콩의 자급기반 확충을 위해 올해 3640억원의 예산을 반영하는 등 매년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제1차(2021~2025년) 밀 산업 육성 기본계획’ 수립했다. 정부는 2025년까지 밀 자급률 5% 우선 달성 후 2030년 1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주요 과제를 보면 국산 밀 재배면적을 현재 5000ha에서 2025년 3만ha로 확대하고 생산·재배부터 수확 후 관리까지 심층 컨설팅을 지원하는 생산단지 1만 5000ha를 조성한다. 수급 안정과 식량 안보 차원에서 밀 비축 물량은 내년 1만t에서 2025년 3만t으로 늘린다. 밀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품질관리제도를 도입하고 수요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계약재배 지원, 소비품목 확대를 추진할 예정이다.

국제곡물 공급 부족에 대비해 해외에서 공급망을 확보한 우리 기업도 활용하고 있다.

곡물사업을 영위하는 팬오션의 경우 지난해 10월 농협사료와 장기 공급계약을 맺고 올해 5월까지 19만 7000t의 곡물을 공급했다. 6~10월에는 27만t을 추가 공급할 예정이다. 작년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국내에 사료용 곡물 6만 8000t을 공급했다.

FTA 발효 현황. (이미지=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식품 수출 성장세…FTA 효율적 대응 필요

양질의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농가 재배 기술과 경영 안정이 필수다. 정부는 잇단 FTA 체결에 따른 시장 개방으로 피해가 발생하는 국내 농업을 대상으로 지원책과 함께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FTA 국내 보완대책을 통해 약 33조원 규모의 투·융자 예산을 집행했다. 지난해에만 품목별(축산·과수·원예) 경쟁력 제고, 농업 체질 개선, 직접 피해 지원 등에 1조 9361억원을 투입했다.

주요 사업을 보면 농업인·농업경영체 역량 강화를 위한 신규 농업인력 양성과 밭작물 산업 육성과 마늘·양파 등 고품질 작물 생산 지원 등이 있다. 사료의 경우 원료 구매 자금과 시설 개보수 자금을 지원해 사료 수급·가격 안정과 품질·안정성 향상을 도모했다.

식량 주권과 연관이 높은 종자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종자 개발·생산·보급 기반 조성을 위한 사업을 진행했으며 농업분야 연구개발(R&D) 투자도 확대했다.

한국이 가입 체결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나 가입을 검토 중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등 대단위 FTA 체제를 위기로만 여기지 말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활발한 교역을 통해 수급을 안정화하는 한편 수출을 늘려 농가 소득 증대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규모 FTA인 RCEP의 경우 관세 인하를 통한 시장 개방 우려가 컸지만 쌀·고추·마늘·양파 등 민간 품목을 제외하는 등 농업 분야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축산물(소고기·돼지고기 등)과 낙농품, 신선과일(포도·사과·배·복숭아 등) 해외 수출 시 관세 혜택을 받아 농식품 수출에 도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19 악재에서도 우리 농업의 해외 진출은 활발한 편이다. 올해 1분기 농식품 수출액은 19억 8100만달러로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정대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은 “RCEP 역내 국가들은 사회문화적으로 우리나라 농식품을 수출하기에 적합해 농식품 산업의 기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수출 컨설팅 제도 홍보를 강화하고 신규 수출업체를 발굴·육성하는 등 실질적으로 농산물 수출을 증대할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