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산업 육성법’이 시행 3년차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정부가 생산 기반을 다지는 데 공을 들였다면 앞으로는 소비 확대에 초점을 둔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과 공공 부문에서 국산밀을 찾아야만 1%대에 정체된 밀 자급률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2020년 밀산업 육성법 시행으로 밀 생산은 적잖은 변화를 겪었다. 재배면적이 2020년 5224㏊에서 올해 1만1600㏊로 확대됐고 이에 따라 생산량은 1만7000t에서 5만7000t으로 늘어났다. 전문생산단지는 27곳에서 91곳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수요다. 시장 수요가 2만2000t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수요 이상의 생산량은 공공비축으로 적체되고 있다. 국내 전체 밀 수요 250만∼260만t은 대부분 수입밀이 채우는 상황으로, 밀 자급률은 여전히 1%대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정부가 2027년까지 달성하겠다고 계획한 밀 자급률 8%와 차이가 크다.
23일 국회에선 이런 문제를 짚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밀산업 육성법 시행 3년, 성과와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소병훈(경기 광주갑)·이원택(전북 김제·부안)·신정훈(전남 나주·화순)·김승남(〃 고흥·보성·장흥·강진)·어기구(충남 당진) 의원과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우리밀생산자회·국산밀산업협회·한국우리밀농업협동조합이 주최한 자리였다.
토론회에선 밀 자급률 확대를 위해 소비지원책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밀산업 육성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밀 소비 기반 조성 등을 예산 범위 안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허태유 경남우리밀생산자협의회 사무국장은 “학교 급식에서 우리밀 제품과 수입밀로 만든 가공품을 구매할 때 가격차가 1.8배인데, 이 차액을 정부나 지자체가 보조한다면 경남에서 생산하는 밀 3500t의 절반에 해당하는 1800t을 소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런 취지의 사업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에 ‘전략작물 공공급식 지원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반영돼 있다. 당초 정부안에는 없던 사업으로 농해수위는 국산밀 판로 확대를 위해 이 사업 예산을 87억7900만원 신규 반영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보낸 상태다.
공공 영역 소비와 함께 중요한 건 시장 수요를 어떻게 창출하느냐다. 송동흠 우리밀세상을여는사람들 운영위원장은 전략작물직불제로 농가소득을 보전한다는 전제 아래 밀 매입단가를 낮추는 방안을 냈다. 현재 밀은 민간과 정부가 나눠 사들이는데 매입단가(품질 ‘양호’ 기준)가 40㎏당 3만9000원이다. 업계에선 이를 2만원까지 낮춰야 국산밀의 가격경쟁력이 확보된다고 본다. 매입단가 인하에 따른 농가의 소득감소분을 직불제로 보전하자는 게 송 위원장의 주장으로, 그는 “현재 1㏊당 50만원인 밀 전략작물직불금 단가를 290만원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농해수위는 예산안 예비심사를 통해 밀 직불금 단가를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높이는 예산도 반영해놨다. 김보람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산업과장은 “직불금 단가를 높였을 때 매입단가를 낮추겠다는 공감대가 농가 사이에서 형성돼야 한다”면서 “현재 설립 준비 중인 국산밀자조금이 (총의를 모으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설립이 잘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