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드는 '수입밀' 이젠 '토종밀'로 막는다

머니투데이
  • 정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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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02 04:20
농식품부가 '제2의 주곡'이면서 상대적으로 낙후됐던 밀 자급기반을 확충하고 소비 확산을 추진한다. 지속가능한 국산 밀 산업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사진은 전북고창지역의 밀 재배 풍경
농식품부가 '제2의 주곡'이면서 상대적으로 낙후됐던 밀 자급기반을 확충하고 소비 확산을 추진한다. 지속가능한 국산 밀 산업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사진은 전북고창지역의 밀 재배 풍경
1950년 한국전쟁 이후 원조식량으로 들어온 미국산 밀은 당시 기아상태에 놓여있던 국민에게는 '생명줄'이나 마찬가지였다. 싼 값에 대량으로 들어오면서 밀소비가 크게 늘어났고, 때 마침 부족한 곡물(쌀) 문제로 고민하던 정부가 분식장려운동(1963년)까지 펼치면서 라면·빵·과자 등 분식(밀가루로 만든 음식)이 많이 생겨났다.

하지만 값 싼 수입산 밀에 시장을 내주면서 국산 토종 밀은 경작 면적이 크게 줄어들었다.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다. 2017년 기준 밀은 국민 1인당 연간 소비량이 32.4kg으로 쌀(59.2kg) 다음가는 '제2의 주식'임에도 전체 99% 정도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밀 자급률은 15%를 웃돌았지만 현재는 1%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상 붕괴직전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해 '제1차(2021-2025) 밀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통해 우리밀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문재인 대통령도 "2030년까지 밀 자급률을 10%로 높이겠다"며 밀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응원했다. 농식품부는 우선 제1차 기본계획에 따라 현재 5000ha인 밀 재배면적을 2025년까지 3만ha로, 생산량은 12만톤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밀 생산이 늘어나면 식량자급률이 올라가고, 이모작 농사가 확대되면서 농가소득이 제고될 수 있다. 또 월동채소를 대신하면서 월동채소 가격조절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박정수 식량산업과 사무관)

농식품부는 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추진중에 있다. 밀생산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할 '밀 생산 전문단지'를 2025년까지 전국에 50개 구축하고 작부체계(작물의 종류별 재배순서)도 전환할 계획이다. 밀·벼, 밀·밭작물로 작목을 전환하고 이에 동참하는 농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건조·저장 시설에 대한 지원과 주력 소비품목을 발굴·육성하는 것도 방편중 하나다.
밀려드는 '수입밀' 이젠 '토종밀'로 막는다
우리밀지키기에 앞장서고 있는 현장 관계자들의 반응은 좋다. 광주광역시 한국우리밀농업협동조합의 경우, 관할 기초단체인 광산구와 매칭사업으로 국산 밀 생산조성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한 조합원은 "우리는 밀쌀, 과자류, 국수류, 장류까지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며 "국민의 제2의 식량인 밀을 살려냄으로써 국가 식량자급기반 확충과 국민건강권 확보에 기여 한다는 자긍심이 크다"고 했다.

전남 해남 흑석산영농조합법인은 규모는 큰 편이 아니지만 그동안 지역에서 밀을 재배해 온 농민들이(22호) 자발적으로 모여 직접 법인을 만들고 사업을 규모화 해 나가고 있다. 재배면적은 약 30ha(금강 품종)로 참여농가 1인당 평균재배면적은 1.4ha에 달한다. 밀 생산단지를 조성하면서 종자·비료·농약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34.9% 감소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생산비도 10a당 30만원(2019년)에서 20만원(2020년)으로 줄었다.

조경래 대표는 "농가와 법인 입장에서는 생산을 하고 난 다음 가장 고민되는 게 판로"라며 "팔데가 있어야 생산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 이후 판로가 확실히 보장된다면 많은 농민들이 다시 국산 밀 재배에 뛰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또 "국산 밀 재배면적을 늘리려면 농기계나 저온창고 지원 등의 기반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산 밀을 소재로 다양한 체험행사와 제품생산으로 경쟁력을 높여가는 이들도 있다. 경북 안동 농업회사법인 (주)밀과노닐다의 경우, 방문객들을 위한 숙소 '소목화당'과 우리밀빵 만들기 체험, 우리밀로 만든 소주까지 생산하면서 우리밀 6차산업의 최우수모델로 꼽히고 있다. 박성호 대표는 "우리밀로 가장 부가가치를 높이는 제품을 만들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밀산업 주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밀려드는 '수입밀' 이젠 '토종밀'로 막는다
농식품부는 앞으로 국산 밀의 생산부터 최종 소비까지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개선방안을 추진함으로써 밀 자급률 제고에 주력할 계획이다. 안정적인 소비시장 확보와 소비자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도 함께 한다.

오는 9월에는 국산 밀 소비 확대를 위한 공모전(spectory.net/epis/koreawheat)도 마련된다. 학교급식·단체급식 운영 우수사례와 지자체 켐페인·프로그램 운영 사례를 각각 선발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 등을 수여할 계획이다. 또 국산 밀사용 업체 등을 발굴하고 국산 밀의 역사·문화적 가치 확산을 위한 다양한 홍보활동도 전개하기로 했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밀산업 육성법에 따른 첫 번째 5년 단위 법정계획인 '제1차 밀산업 육성 기본계획'은 밀 생산에서부터 최종 소비까지 아우르는 정부의 종합대책"이라며 "추진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보완함으로써 지속가능한 국산 밀 산업기반이 구축될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