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매가격 수년째 제자리걸음 보리값 급등에 이탈 가속화 재배면적 2년 연속 줄어들어 “생산 유인 특단의 대책 필요”
“이대로 두면 밀 자급률 5% 달성은 고사하고 1%대도 무너질 수 있습니다.”
7월23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본덕동에 있는 한국우리밀농협에선 수확을 끝낸 햇밀의 수매가 한창이었다. 톤백 가득 밀을 실은 차량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가운데 수확의 기쁨을 누려야 할 농민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김태완 한국우리밀농협 상무는 “올해 밀 정부 수매가격은 40㎏에 3만8000원으로 수년째 비슷한 수준인데 같은 이모작 작물인 보리의 산지가격이 최근에 10만원대까지 치솟았다”며 “가격 때문에 다음 작기엔 조합원의 20% 정도가 밀 재배를 포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공공비축 지급단가 조정 등 정부정책에 대한 불만과 대체 작물인 보리 가격 폭등으로 밀 재배 동력이 흔들릴 위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0년 ‘밀산업 육성법’을 만들고 2025년 자급률 5%를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밀 재배면적은 2023년 정점을 찍은 후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의 ‘2025년 재배면적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밀 재배면적은 9079㏊로 2023년 1만1600㏊에서 지난해 9536㏊로 준데 이어 2년 연속 감소했다. 업계에선 2024년 밀 자급률을 1.45%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재배면적이 준 이유는 정부 지원책이 밀 생산을 장려할 만큼 매력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올해 전략직불금 단가를 1㏊당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인상하는 대신 공공비축 지급단가를 지난해 1㎏당 975원에서 올해 950원으로 인하하고, 정부 수매량을 당초 계획했던 3만t에서 2만3000t으로 줄이기로 했다. 원래 지급단가를 855원까지 낮추겠다고 발표했으나 생산자단체의 반발로 인하폭을 최소화하고 수매량을 줄이는 선택을 한 것이다.
전략직불금을 높여 생산비를 보전하는 대신 수매단가를 낮춰 시장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농가들은 밀 생산을 유도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광산구 삼도동에서 13만2231㎡(4만평) 규모로 쌀과 밀을 이모작하는 유시훈씨(60)는 “수매가가 몇년째 40㎏당 3만8000~3만9000원에 머물러 있다”며 “수매량도 줄인 걸 보면 정부에 밀 자급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최근 보리 가격이 급등한 것도 밀농가들의 이탈을 가속화한 원인이다.
광산구 본량동에서 16만5289㎡(5만평) 규모로 쌀과 밀을 이모작하는 정석씨(62)는 “지난해 밀을 4분의 3, 나머지엔 보리를 심었는데 보리로 얻은 수익이 더 컸다”며 “유통인이 내년 보리 가격을 40㎏당 최소 4만원 이상 보장한다고 해 올해는 대부분 보리를 심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천익출 한국우리밀농협 조합장은 “정부가 직불금을 두배로 크게 늘렸지만 1㏊당 645만원 정도인 일본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하다”며 “직불금을 250만원 정도로 파격적으로 높여야 농가들이 수매가격 조정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동흠 우리밀세상을여는사람들 대표는 “수입 밀과 가격차이가 2∼3배 나는 상황에서 직불금만 높이고 수매가를 유지하면 시장가격을 낮추긴 어려울 것”이라며 “직불금을 파격적으로 높이는 대신 정부 수매가를 단계적으로 낮춰 우리밀이 수입 밀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