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종별 생산·소비 불균형 이유 제빵용 수요 이미 충당한 상황 “국산밀 소비 확대 한계” 지적도
국산밀 생산단지에서 밀을 수확하는 모습. 농민신문DB
정부가 내년도 밀 매입단가 조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단수에 따른 품종별 매입단가를 벌려 현장에 필요한 품종이 더 생산되게 하겠다는 구상인데, 이를 통해 부진한 국산밀 수요를 창출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밀 생산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내년도 국산밀 매입 및 종자 보급 계획 등을 설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골자는 제빵용(‘금강’ ‘백강’ ‘황금알’)엔 1㎏당 1015원, 제면용(‘새금강’)엔 900원의 매입단가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매입단가는 각각 1000·950원이다. 매입량은 올해 수준인 2만t으로, 이는 정부가 예상하는 내년도 생산량 4만3000t의 47%에 해당한다.
매입단가 조정을 검토하는 건 가공업체 수요는 제빵용이 높은 반면 농가는 단수가 높은 제면용 위주로 재배하면서 생산·소비 간 불균형이 심화한다는 판단에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10a당 단수는 ‘새금강’이 562㎏, ‘백강’은 520㎏이다.
정부는 2023년까지 975원으로 같던 제빵·제면용 밀 매입가격을 2024년 제빵은 1000원, 제면은 975원으로 한차례 조정했고 이 격차를 올해 더 키웠지만 농가의 제면용 선호는 여전한 상황이다. 정부는 올해(8월말 기준) 1만9600t의 국산밀을 매입했는데 이 가운데 제면용이 1만4800t으로 76%를 차지했다. 정부의 재고 부담은 점점 커져 기말재고가 2021년 1만5000t에서 지난해 5만2000t으로 불어났고 올해는 6만3000t에 달할 전망이다.
농식품부는 조정된 매입단가를 적용하면 단수 차를 고려해도 농가가 제빵용을 심을 때 더 높은 소득을 올릴 걸로 기대한다.
하지만 농가는 제빵용은 조금 올리고 제면용은 많이 내린 매입단가 조정이 갑자기 이뤄지는 데 불만이 크다. 천익출 한국우리밀농협 조합장은 “정부가 이번 계획에 맞춰 종자도 공급한다니 현장에선 따를 수밖에 없지만 불만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국산밀 소비 지형에 맞지 않는 대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입밀과 가격차 문제로 국산밀의 민간 소비는 연간 2만t 수준에서 정체돼 있는데, 이들 소비 주체는 지금도 필요한 제빵용 수요는 대부분 충당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제빵용 생산을 늘리고 제면용을 줄여도 국산밀 수요가 더 늘어나긴 어렵다는 의미다. 송동흠 우리밀세상을여는사람들 대표는 “일본은 밀 파종 전에 도도부현별로 농협과 대형 제분사가 입찰을 진행해 밀 가격·생산량 등을 결정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시장이 작동하지 않는다”면서 “수입밀과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국산·수입 밀의 가격차 보전을 위한 직불금 대폭 확대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밀 자급률 목표치도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정부는 ‘밀산업 육성법’ 제정 이후 ‘제1차 밀산업 육성 기본계획(2020∼2025)’을 수립하면서 올해까지 밀 자급률을 5%로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밀 생산량은 2023년 5만1809t으로 정점을 찍은 뒤 내려왔다. 208만t의 밀 수요를 고려할 때 약 3만7000t이 생산된 올해 자급률은 1.7%이며, 내년에 정부 예상대로 4만3000t이 생산된다고 해도 자급률은 2%를 턱걸이하는 데 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