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작물 육성하려면…“직불금 늘려 외국산과 가격차 줄여야”

양석훈 기자2025. 8. 27. 05:00
밀·논콩·가루쌀 등 수요 부진
가격경쟁력 낮고 소비 기반 미흡
“매입가 낮추고 손실 보전” 의견
日 ‘게타 대책’…밀 자급률 높여
자료: 일본 농림수산성

정부는 논에 벼 대신 전략작물을 심게 해 쌀 과잉을 해결하고 쌀 이외 식량작물의 자급률도 높이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국산 전략작물의 낮은 가격경쟁력과 이에 따른 저조한 수요 때문에 지금보다 생산을 늘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태다. 이에 국산·수입 사이 가격차를 줄이기 위한 직불금 확대가 대안으로 제시된다. 일본의 ‘게타 대책(밭작물직불금)’이 참고 사례로 거론된다.

최근 밀·논콩·가루쌀(분질미) 등 정부가 집중 육성해온 전략작물이 같은 문제에 봉착했다. 민간 수요 기반이 없어 생산량 대부분을 정부 매입에 의존하는데 그나마도 갈 곳을 찾지 못해 생산을 더이상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이다.

밀은 연간 2만t가량의 정부 매입량과 생협 등에서 이뤄지는 2만∼2만5000t의 민간 소비량을 제외하곤 판로가 막혀 있다. 정부 매입물량도 갈 곳이 없어 지난해엔 7000t만 소진되는 데 그쳤다. 김태완 한국우리밀농협 상무는 “그나마도 정부가 구곡을 싸게 풀면서 2만t 규모의 민간 시장이 교란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밀의 수요 부진은 낮은 가격경쟁력 탓이 크다. 정부의 국산밀 매입가는 40㎏당 4만원 수준이며, 밀가루로는 4만∼4만5000원에 업계에 공급되는 걸로 전해진다. 반면 수입 밀가루 가격은 2만∼2만3000원에 그쳐 2배 정도 가격차가 난다. 이처럼 낮은 가격경쟁력 때문에 판로가 확장되지 않다보니 농가는 현재 수준 이상으로 밀 생산을 늘릴 수 없고, 어느 정도 생산 규모가 갖춰져야 가능한 품질 균일화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국산밀 산업이 좀체 기지개를 못 켜고 있다.

최근 재배면적 감축 논란이 불거진 논콩·가루쌀도 같은 처지다. 국산콩은 1㎏당 정부 매입가가 4800원(일반콩 대립종 특등급)인 반면 수입 콩은 1400원 정도에 공급되다보니 업계가 국산을 찾을 유인이 적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2023년 3만3000t, 2024년 4만9000t으로 늘어난 정부의 매입물량은 팔 곳이 없어 올 3월 기준 비축창고에 8만8000t의 재고가 쌓여 있다.

가루쌀은 아직 소비 기반이 다져지지 않은 상태인데, 역시 수입 밀과 가격차 문제가 있다. 정부는 2023년엔 가루쌀 매입물량 6900t을 1㎏당 1000원대에 할인 판매하며 겨우 소진했지만, 지난해 매입량(2만700t)이 크게 늘며 재고 처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현재 1만㏊ 수준의 재배면적을 내년에 4만2000㏊까지 늘리겠다는 당초 계획도 멈춰 세우게 됐다.

이에 정부가 국산 매입가를 수입과 경합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는 대신 이에 따른 농가의 손실은 직불금을 확대 지급해 보전하자는 의견이 밀·콩 생산자 중심으로 나온다. 김 상무는 “밀은 통상 1㏊에 100포대(1포대당 40㎏)가 생산된다”면서 “국산·수입이 40㎏당 2만∼2만5000원 가격차가 나는 점을 고려할 때 1㏊당 최소 250만원의 직불금이 지급되면 농가도 매입가 축소를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밀에 대한 전략작물직불금은 100만원이다.

조영제 한국국산콩생산자연합회장도 “국산콩 매입가를 수입 콩 수준으로 낮추는 대신 이에 따른 농가 손실을 직불금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일본은 이같은 방법으로 전략작물을 육성하고 있다. 올 4월 일본 농림수산성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다른 나라와 생산조건 차이로 인한 불리함을 보완하기 위해 밭작물에 대한 직불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농가가 국산 농산물을 수입 농산물 수준으로 팔아도 표준 생산비는 보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른바 ‘게타 대책’으로, 올해 이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만 약 2000억엔(1조8827억원)에 달한다.

2023∼2025년산 작물에 적용되는 교부 단가(과세사업자 기준)는 밀이 60㎏당 5930엔, 콩이 9430엔, 보리(이조보리)가 50㎏당 5810엔 등이다. 송동흠 우리밀세상을여는사람들 대표는 “일본 밀 자급률이 20%에 육박할 수 있는 배경에 가격차 보전을 위한 직불금 확대 노력이 있다”고 했다.

김종인 인천대학교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우리도 일본처럼 막대한 재정을 투입할 것인지는 정책적 판단의 문제”라면서 “일본은 국산 프리미엄이 사실상 미미하고 가격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밭작물직불금을 도입했고, 이를 위해 식량안보와 농지 보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