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많고 농약 없는 우리밀 빵·국수 드셔보셨나요?

[중앙일보] 입력 2013.11.25 00:10 / 수정 2013.11.29 10:25

방부제 안 쓰는 우리밀 숨겨진 효능

최근 우리밀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고품질의 발효·숙성 기술 연구를 통해 우리밀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자리한 ‘195 베이커리’는 우리밀과 친환경 제빵소재를 사용해 빵을 만든다. 운영자인 천익출(65)씨는 “우리 밀은 수입밀로 빵을 만들 때보다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아야 한다. 하지만 그만큼 고객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최근 우리밀만을 사용해 빵을 만드는 베이커리가 늘어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밀의 숨겨진 효능을 알아봤다.

글=신도희 기자 , 사진=김현진 기자

농약·방부제로부터 안전한 먹거리

우리나라에서 쌀 다음으로 많이 소비되는 곡물은 밀이다. 하지만 밀 자급률은 1.7%로 2%를 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밀가루의 98%는 수입밀인 것이다. 수입밀은 끊임없이 안전성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오레건 주에서 발생한 유전자조작밀 사건은 세계 밀 시장을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농약이다. 수입밀은 미국·캐나다·호주 등의 농가에서 생산된 후 해양운송을 거쳐 제분·가공공장에서 밀가루로 만들어져 우리 식탁 위에 오른다. 우리밀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많은 운송단계를 거치게 된다. 광주여대 식품영양학과 박병건 교수는 “주로 기업형 농가들이 밀을 수출하는데, 미국의 경우 농가의 호당 경지면적이 우리보다 150배 넓고, 제3국으로의 수출을 목표로 생산하기 때문에 재배과정에서 농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어떤 유통과정을 거쳤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밀을 주식으로 하는 미국·유럽 등의 서양에서는 빵을 만든 날 바로 먹는 것을 당연시 여긴다. 때문에 우리나라 밀가루 식품의 유통과정을 비정상적으로 생각한다. 그날 만든 빵은 그날 먹는 서양인에게 비닐 포장이 되어 마트에서 진열·판매하는 빵이 비위생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통밀로 섭취할 수 있는 것은 우리밀 뿐

우리밀이 수입밀에 비해 우수한 점은 무엇일까. 우선 통밀로 섭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밀은 통밀을 제분해서 먹는 것이 가장 좋다. 칼슘·철·마그네슘 등의 영양소가 껍질에 풍부하기 때문이다. 특히 섬유질이 풍부해 변비에 좋다. 하지만 수입밀에는 통밀이 없다. 껍질에 방부제가 묻어 있어 통밀로 수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통밀로 섭취할 수 있는 것은 우리밀 뿐이다.

영양면에서도 뛰어나다. 수입밀은 봄 파종, 가을 수확이지만 우리밀은 가을에 씨를 뿌려 초여름에 수확한다. 여름에 자라는 수입밀과 달리 겨울을 나기 때문에 적은 일조량과 추위를 견디면서 더 많은 영양을 축적한다. 잡초나 해충피해가 심한 여름을 피하기 때문에 살충제를 사용하지도 않는다. 저절로 친환경 재배가 가능한 것이다.

우리밀이 수입밀에 비해 인체 면역기능이 2배 이상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강원대 생명건강공학과 최면 교수는 우리 몸의 면역세포 중 하나인 대식세포를 이용해 실험을 했다. 대식세포는 우리 몸에 세균 등의 이물질이 들어오면 분해하고 없애는 역할을 한다. 대식세포를 배양해 우리밀 추출물과 수입물 추출물, 2가지 혼합한 추출물을 투입하자 대식세포는 우리밀 추축물에 더 빨리 반응했다. 대식세포를 더욱 활성화시키는 다이갈라토실다이그리세라이드(Digalactosyldigly ceride)라는 물질 때문이다. 이 물질은 수입밀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최 교수는 “우리밀은 수입밀에 없는 복합다당류가 다량 함유돼 있어 면역기능을 높여준다. 이는 겨울을 견디는 동안 살아남기 위해 축적하는 영양소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밀의 우수성은 알지만 소비자에게는 우리밀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이 한정적이다. 밀은 개별 소비자의 선택 이전에 국수·과자·빵공장·식당의 선택이 먼저 이뤄진다. 가공식품회사나 제빵점·식당에서 우리밀을 쓰지 않고 수입밀을 사용하면 소비자는 어쩔 수 없이 수입밀을 먹게 되는 것이다. 박병건 교수는 “우리밀 사용을 권장하고 밀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능성 첨가물의 개발, 고품질의 발효·숙성 기술 연구를 통해 수입밀과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된 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우리밀 연구와 홍보에 주력해온 광주여자대학교 우리밀빵 명품 브랜드화 사업단은 올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한 지역연고산업육성사업(RIS)으로 선정됐다. 박 교수는 “우리밀로 건강한 빵을 생산하는 명품브랜드를 창출함으로써 우리밀의 경쟁력을 높이고, 동시에 국민보건향상 및 식량자급률 향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