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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부터 시행, 공공기관 국산밀제품 우선구매 법적 근거 마련


‘밀산업 육성법’이 제정돼 내년 2월 시행될 전망이다. 

▲ 농업진흥청 우리밀 특별전시회에서 방문객들이 우리밀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밀산업 육성법은 쌀 다음으로 제2의 주식인 밀산업을 안정적,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밀의 1인당 연간소비량은 쌀의 절반 수준에 이른다. 

그럼에도 2017년 기준 밀 식용 소비량 218만톤 중 수입이 215만5000톤으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 생산은 3만7000톤밖에 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번 밀산업 육성법안은 2017년 12월 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인 이개호 장관이 국회의원으로 활동 시절 대표발의 한 법안으로, 올해 4월과 7월 국회 농해수위 상임위 의결과 법사위 의결 과정에서 일부 수정되면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 20일 국무회의에 상정돼 최종 의결됐다. 

정부는 이번 ‘밀산업 육성법’ 제정으로 우리밀의 품질향상과 수요 확대 등 밀산업을 체계적, 안정적으로 육성하고 지원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법안에는 밀의 품질관리 강화, 5년 단위 육성계획 수립, 연구·기술개발 추진, 생산·유통·소비기반 조성, 우선 구매 및 계약재배 장려 등의 밀산업 활성화 촉진방안이 담겨 있다. 

먼저 우리밀의 소비확대를 위해 공공기관에 우리밀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당초 발의된 법안은 ‘국산밀산업 육성법’안이었지만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서 국산 농산물을 우선 사용토록 하는 것은 내국민대우 원칙(WTO-GATT 제3조)에 위배 가능성이 있어 ‘밀산업 육성법’으로 수정됐고, 정부기관이 정부의 목적을 위해 우선 사용토록 하는 것은 예외 조항으로 허용하고 있는 것을 반영, 우선 구매 조항을 둔 것이다.

정부는 정부와 지자체 등 공공기관이 중심이 돼 국산밀제품 소비를 촉진·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보고 이번 우선구매 조항을 근거로, 군·학교·공공기관 등에 국산밀제품 사용 확대를 지속 독려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올해 시범 추진했던 통밀쌀 학교급식을 전면 확대(1440kg→2000kg내외)하고, 공공기관·영양사협회 등에 국산 통밀쌀의 우수성·안전성에 대해서도 계속 홍보할 예정이다. 

통밀쌀은 통밀의 겉껍질을 일부 벗겨낸 것으로 주로 쌀과 함께 10~20% 섞어 잡곡밥 형태로 섭취하며, 식이섬유·폴리페놀·비타민·무기질 등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 잡곡 대비 저렴하며 연중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밀의 수급조절과 가격안정을 위해 계약재배 장려와 비축사업을 운영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그간 우리밀은 수입산 대비 가격 경쟁력과 양적인 수급 문제가 현실적인 산업 육성의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정부의 공공기관 우선 구매제도화도 안정적인 우리밀 공급이 바탕이 돼야 하는 것으로, 산업의 지속성을 위해서라도 자급률 향상과 품질 확보가 관건이 된다.

이를 감안해 이번 법안에도 국가와 지자체는 밀산업의 발전과 자급률 향상에 필요한 시책을 수립할 것과 안전하고 품질 좋은 밀과 밀가루·밀가공품 공급에 노력할 것을 명시했다.

특히 ▲밀산업의 현황과 전망 ▲기본목표 및 실태조사·추진방향 ▲밀의 자급률 향상과 생산 및 수급조절 ▲밀산업 관련 기술의 개발·보급 ▲밀·밀가루·밀가공품의 품질 향상 ▲밀산업 발전을 위한 교육훈련 ▲밀의 유통구조 개선과 밀가루·밀가공품의 소비 촉진 등과 관련한 사항을 기본계획에 포함시킬 것을 못 박았다. 

이와 함께 밀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도 필요한 재원도 예산 범위에서 할 수 있게 했다. 

안정적인 수급을 위한 비축사업은 농식품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밀을 비축할 수 있도록 하고, 비축 시 품질기준에 따라 수매할 수 있도록 했다. 

과거 국산밀 군납제품에 대한 수입밀과의 가격차액지원 사업(2013∼2014년)이 추진되고, 다양한 국산밀 민간제품이 출시됐었으나 이후 밀 생산량 급감에 따른 가공업체의 원료 조달 어려움으로 사업 중단에 따른 것이다. 비축을 통해 가공업체에 안정적인 원료를 공급을 하기 위한 방편이다.  

계약재배는 밀산업종사자 간의 재배를 장려하고, 계약제배 당사자에게는 우선 지원이 가능해진다. 관련 지원사항은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해진다.

밀은 특성상 원곡 형태로 먹는 일반 곡식과 달리 밀가루로 제분한 후 가공해 먹기 때문에 품질관리의 역량도 산업 육성에 필수적 요소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 후보자는 차관 시절 이에 대해 “우리밀이 혼종이 돼 국수도 안 되고 빵도 안 되는 밀가루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순도를 높이는 강한 규정이 필요하다”면서 “품질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밀의 정책적인 지원에 타 작물과의 형평성 우려와 한정적인 재원 하에서의 AMS(농업보호의 종합계량수단)의 비율적 제한이 농해수위에서 제기되자 김 후보자는 정책적인 판단이 따라야 한다고 역설했다. 

밀의 비축사업도 ‘공공비축’이 아닌 ‘비축지원’으로 규정했다. 공공비축의 경우 시가 매입과 시가방출이 원칙인데 우리밀은 수요가 없을 때는 시가가 거의 매겨지지 않기 때문에 정부도 바닥수준의 판매가로 사들여야 하는 맹점을 보호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때문에 정부는 비축지원사업으로 우리밀을 정책가격으로 적정가를 책정해 사고 팔는 방안으로 지원해 주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육성책으로 생산량이 늘어나고 공급이 원활해진다면 정책가격 지원이 콩이나 타 작물 지원비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 우리밀 정원 만들기 행사에 겨울맞이 우리밀 파종을 진행해 키운 화분이 등장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는 앞으로 2022년까지 전체소비량의 9.9%, 약 20만톤 정도의 생산량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약 2000억원 정도로 추산돼 AMS 하한선(10%기준 30억원)을 넘지 않아 타 작물과의 연동되는 지원금의 제한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공급이 과잉인 쌀의 대체 작목으로 콩이나 밀의 지원체계 구축은 정부가 식량안보 차원과 가격 안정 차원에서의 필요성을 내세우며 집중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데일리안 = 이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