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2013년7월25일자 (제2548호)

우리밀 회생 그 해법은
안정적 수요처 없이는 ‘생산기반 유지’ 헛구호…품질 뒷받침 돼야
‘우리밀’은 안정적인 식량공급체계 구축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연간 430만톤 가량 소비되고 있는 밀은 쌀에 이어 제2의 주곡이지만 소비량의 99%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물론 밀 재배농가를 주축으로 우리밀 생산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힘에 겨운 실정이다. 최근에는 밀 재고 문제로 호된 진통을 겪은 농민들이 밀 재배에 대한 걱정과 우려도 앞세우고 있다. 우리밀 육성 실태를 점검하고 일본의 밀산업 육성 사례를 통한 발전방안을 짚어봤다.
 
 
일본의 밀 최대 주산지 홋카이도에서는 밀 건조·저장 시설을 기반으로 고품질 밀을 생산해 자급률을 높이고 있다. 사진은 홋카이도 후라노지역의 JA컨트리엘리베이터.

▲생산과 소비 잡아야=1982년 밀 수입자유화와 1984년 밀 수매제도 폐지 이후 우리나라 밀 생산기반은 초토화됐다. 밀의 연간 소비량이 430만톤에 달하고 있지만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이로 인한 식량 자급률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2011년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안정적인 식량공급 체계 구축을 계획했고 우리밀 생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대책이 수립된 직후 밀 생산이 2011년 4만3000톤에 달하는 등 늘어나는 듯 했으나 소비가 뒤따르지 못해 지난해 재고파동이 발생했고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다시 주저앉고 있는 실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우리밀 재배면적은 7373ha다. 지난해 9467ha에 비해 22.1% 감소했고, 2011년의 1만3044ha와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재배면적이 감소한데다 작황도 좋지 않아 생산량도 줄었다. 일선 생산농가들은 지난해 파종 이후 동절기 잦은 비 등으로 논에서 재배한 밀의 생산단수가 떨어진 것으로 감지하고 있다. 지난해와 동일한 생산단수(10a당 391kg)를 적용하면 2만8800여톤으로 2012년 생산량 3만7000여톤보다 8000여톤이 줄어들게 되고 작황이 좋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 보다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한 우리밀 단체 관계자는 “재배면적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데다 파종 이후 동절기에 작황이 좋지 않아 생산량이 그 전에 비해 20%정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전국적인 생산량은 많아야 2만5000톤, 적으면 2만톤 정도에 그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우리밀이 우왕좌왕 하자 농식품부는 생산과 소비대책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최근 재고문제의 원인은 안정적인 소비처가 확보되지 않은 것이 주요인이어서 단기적으로 소비대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농식품부는 우리밀 수매지원 예산을 300억원 수준으로 확보하는 한편 ‘우리밀 소비 활성화 사업’ 예산 36억원을 배정해 군인급식에 우리밀 1470여톤을 사용키로 했다. 또한 학교급식에 우리밀 확대, 우리밀 요리대회 등 소비확대 대책을 펼치고 있다.

밀 생산 체질 개선을 위한 기반 시설 투자도 시작됐다. 지난 2009년부터 밀 건조·저장 시설이 정부 지원으로 현재까지 12개소가 설치됐다. 또한 농촌진흥청에서는 우리밀 품종을 개발하고 있으며, 한국식품연구원에서는 밀과 관련한 부가가치 제고 및 밀의 소비확대를 위한 기술적 연구와 특히 밀에 적합한 건조·저장 시설의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김성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산업과 사무관은 “2013년 우리밀 생산은 지난해보다 다소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고정적인 민간수요와 군급식 물량으로 공급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며 “우리밀의 생산기반을 확대하기 위해서 우선 안정적인 소비채널을 구축하고 우수한 품종개발과 건조저장시설 등 생산기반도 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불안한 우리밀 대안은=정 부가 우리밀 자급률을 재설정할 당시 우리밀 업계엔 장밋빛 청사진이 가득했다. 많아야 3000여ha, 적게는 1000ha에도 못 미쳤던 우리밀 재배면적이 2~3년 새 급격히 신장, 2011년엔 1만3044ha까지 올라섰고, 생산량도 4만3000여톤을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소비를 진작시키는데 실패하면서 우리밀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가공업체들이 관심을 거두기 시작했고, 2012년엔 재고과잉이라는 문제가 불거졌다.

앞으로가 더 문제이다. 올 가을 우리밀 파종을 포기하는 농가가 더 늘어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수급대란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재고과잉으로 신음하던 우리밀 업계가 이제는 생산량 감소와 수급대란이라는 우려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악순환 구조가 끊어지기 위해선 농가들이 안정적인 생산을 유지하고 이와 병행한 소비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밀 재배를 확대하기 위해 농가들은 현실적인 수매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현 3만6000원은 손익분기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라는 것. 이를 위해선 직불금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 농가들의 목소리다. 이와 맞물려 비축물량 확보도 시급히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가 밀을 제2의 주식으로 인식, 식량자급률을 높이겠다고 선언했지만 비축물량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의 자급률을 높이겠다는 것은 공염불과 다름 없다는 것이다.

지역의 한 우리밀 농가는 “일본이 어떻게 해서 밀 자급률이 10%를 넘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며 “일본은 수입밀에 대한 관세를 높게 형성하고 있고 미국산 미승인 GM밀에 대한 우려가 일자 즉각 수입중단조치를 내리는 등 자국 밀산업 보호를 위해 앞장서고 있고 이에 대한 결과물이 자급률로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밀 원곡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건조·저장 시설의 개선도 절실하다. 현재 설치되고 있는 밀 건조·저장 시설은 벼에 맞게 설계된 시설들이다. 미곡종합처리장(RPC)의 설비 그대로를 설치하고 있기 때문에 밀에는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수확한 밀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시설 설계와 선별, 건조·저 장 등 각 단위기계별로 밀에 적합한 설비개발과 현장 보급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또한 밀과 관련해 현재 연구개발되고 있는 각종 기술은 바로바로 현장에 적용해 밀 산업 현장기술을 최대한 빨리 끌어 올려야 한다. 특히 정부 지원으로 설치되는 밀 건조·저장 관련시설은 쌀 브랜드육성사업을 통해 설치되는 RPC와 같은 검증된 시설을 설치하고 설계와 단위기계의 기술평가를 시행하는 등 체계적인 사업추진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밀 관련 한 전문가는 “우리밀의 대량 수요처는 제분업체와 식품기업들이지만 이들이 우리밀 사용을 기피하는 경향인데 품질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이란 게 원인이라고 밝히고 있다”며 “우리밀의 소비시장을 다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밀의 품질을 더욱 높일 수 있는 기반을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산부터 건조·저장까지 체계적…밀 품질 월등
#일본 밀 최대 주산지 홋카이도


일본의 밀 자급률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961년 43%로 정점을 찍은 이후 수입밀로 인해 하락세로 돌아서 급기야 1996년에는 7%까지 추락했었다. 이같은 문제로 밀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대책이 수립돼 시행되면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일본의 밀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2011년 기준 21만2000ha, 74만2000톤에 달한다. 최근 자급률도 지난 1996년보다 두 배 가량 높은 14% 수준으로 올라섰다. 또 2020년 자급률 34%를 목표하고 있다. 일본은 쌀 소비량은 매년 감소하는 반면 밀 소비는 최근 1인당 연평균 47kg 안팎으로 줄지 않고 오히려 미미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도 식량자급 차원에서 밀 생산량 확대가 중요한 정책방향인 것이다.

일본의 밀 최대 주산지는 단연 홋카이도(북해도)를 꼽는다. 밀 전국 생산량의 56%를 차지하는 홋카이도는 서구 수준의 밀 생산기지다. 홋카이도 중앙 내륙에 위치한 후라노 지역의 전농(JA) 컨트리 엘리베이터를 찾아갔다. 홋카이도에서 생산된 쌀과 밀을 건조해 저장하는 JA 후라노CE는 지난해 벼 7500톤, 밀 4000톤을 반입했다. 홋카이도 쌀과 밀의 산지 기반시설인 것이다. 홋카이도 후라노 지역에는 CE가 6개 설치돼 있고 개소별로 가을과 봄에 생산된 밀을 처리하며 특히 품종관리를 위해 개소별로 1개의 품종만 취급하고 있다고 했다.

이사오 미요시 JA 후라노CE 과장은 “지난해 반입한 밀은 4000톤 정도인데 이상기상으로 작황이 저조해 예년보다는 다소 적었다”며 “우리 CE에서는 농가들이 출하한 밀을 수분 측정과 정선 결과에 따라 출하대금을 정산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홋카이도 농업은 서구처럼 규모화 된 농사를 짓고 있어 밀, 보리, 벼, 채소 등 일정 품목별로 순환 재배하는 형태로 이뤄진다”며 “후라노CE는 출하 농가에 대한 원료곡 생산 지도는 물론 농가들이 안심하고 밀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판로를 책임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홋카이도 밀의 품질은 다른 지역 밀보다 품질이 우수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일본 동경 인근과 큐슈 지역의 밀농사는 소규모이지만 홋카이도는 규모화 돼 있어 생산에서부터 건조·저장까지 체계적인 생산체계를 갖춰 밀의 품질이 월등히 높다는 것이다.

건조·저 장 기술도 확립됐다. 우선 농가들을 대상으로 혼곡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수분함량도 25~30%에서 수확해 CE에 출하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반입된 밀은 건조기 온도 40~45℃에서 11.6%까지 건조해 제습장치를 갖6춘 저장창고에서 입고된다. 특히 벼와 밀을 동시에 취급하고 있지만 혼곡의 문제로 각기 작업라인을 달리해 운영하고 있다.

이사오 과장은 “후라노 CE에 들어온 밀 원곡은 수분과 정선 정도 등 원료곡의 등급에 따라 책정된 가격에 의해서 결정되고 농가들은 사전에 예약 없이 수확 직후 바로 CE로 가져오면 된다”며 “특히 원곡의 품질관리를 위해 품종이 섞이지 않도록 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다수확 품종도 지속적으로 보급하고 있어 앞으로 생산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병성 기자(leebs@agrinet.co.kr) ,
김경욱 기자(kimkw@agrinet.co